스페이스X(SpaceX)의 기업공개 증권신고서(S-1)가 공개되면서 가상자산 시장이 발칵 뒤집혔다. 그동안 시장이 완전히 과소평가해 왔던 스페이스X의 비트코인(BTC) 보유 실체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문건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재무제표 상에 무려 18,712 BTC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비트코인이 7만 5,954달러 선에서 거래되는 현재 시세로 환산하면 약 14억 2,000만 달러에 달하는 거금이다.

S-1 서류가 제출되기 전까지 온체인 데이터 분석가들이 추적해 낸 스페이스X의 추정 보유량은 약 8,285 BTC에 불과했다. 즉, 실제 베일에 가려져 있던 수량이 마켓의 예측치보다 두 배 이상 많았던 셈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 리서치(Grayscale Research)는 스페이스X가 오는 6월 12일 나스닥 시장에 성공적으로 데뷔하는 순간, 비트코인을 보유한 가장 큰 규모의 다각화된 상장 기업으로 등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핵심 쟁점은 스페이스X와 스트래티지(Strategy)가 똑같이 비트코인을 대량 매집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 깔린 ‘이유와 논리’는 완전히 상반된다는 점이다. 이 거대 기관 고래들의 전략적 차이를 정확히 이해해야 비로소 제도권의 진짜 크립토 확신과 단순한 투기성 트레이딩을 구별할 수 있는 선구안이 생긴다.

마이클 세일러와 일론 머스크: 마이너스 통장 뚫은 올인 vs 헷지용 안전자산

이해를 돕기 위해 성향이 완전히 다른 두 명의 주택 구매자를 예로 들어보자. A라는 사람은 부동산 가격 상승에 전 재산을 베팅한 인물이다. 그는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확신 하에 은행 대출을 최대한 끌어 모아 똑같은 아파트를 여러 채 계속 사들인다.

반면 B라는 사람은 본업을 위해 실거주용 집을 한 채 갖고 있으면서, 만약의 인플레이션을 방어하기 위해 자산의 일부를 안전자산인 금에 묻어두는 스타일이다. 두 사람 모두 ‘부동산’이라는 자산을 쥐고 있지만, 이들이 짊어진 리스크 프로필은 하늘과 땅 차이다.

이 비유가 바로 스트래티지 대 스페이스X의 매집 공식이다. 마이클 세일러가 이끄는 스트래티지는 현재 843,738 BTC라는 압도적인 물량을 보유하고 있다. 스페이스X보다 45배 이상 큰 규모이며 사실상 이 비트코인 포지션을 제외하면 본업에서의 영업 이익은 미미한 수준이다.

이들은 전환사채나 우선주 발행 등 자본 시장에서 조달할 수 있는 모든 레버리지를 총동원해 오직 비트코인을 추가 매집하는 데 올인해 왔다. 주식 계좌를 통해 비트코인 상승률에 간접 투자하려는 제도권 자금을 흡수하는 전략이다.

마이클 세일러

반면 스페이스X의 비트코인 평단가는 약 35,000달러 선으로 추정된다. 지난 2021년 강세장 주기에 총 6억 6,100만 달러를 투입해 포지션을 구축했다.

물론 이 포지션은 2024년 한때 9억 5,500만 달러의 장부상 평가이익을 냈다가 2025년에는 1억 1,200만 달러의 미실현 손실을 기록하는 등 단 한 개도 팔지 않았음에도 회사의 회계상 분기 실적을 뒤흔드는 변동성을 유발했다. 하지만 로켓 발사, 스타링크(Starlink) 위성 네트워크, 정부 우주 계약 등 스페이스X가 본업에서 벌어들이는 천문학적인 매출 규모와 비교하면 비트코인은 아주 작은 대목에 불과하다. 스페이스X가 IPO에서 목표로 하는 기업가치 1조 7,500억 달러 중 비트코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단 0.1% 수준이다.

‘존재론적 베팅’과 ‘분산형 방어’의 차이

크립토 마켓에서 고래들의 지갑 주소를 추적하는 이유는 그들의 매매를 맹목적으로 복사하기 위함이 아니다. 대형 자금의 장기적인 포지셔닝 변화를 통해 시장의 거시적 확신이 어디로 흐르는지 읽어내기 위함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페이스X와 스트래티지는 모두 가상자산 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초대형 기관 고래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들이 보낸 자산 축적 시그널의 내막은 전혀 다르다.

스트래티지의 비트코인은 일종의 ‘선전포고’다. 마이클 세일러는 회사가 비트코인을 순매도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해 왔으며, 모든 채권 발행은 오직 대차대조표에 BTC를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설계됐다.

비트코인이 장기 시계열에서 다른 모든 자산군의 수익률을 압도할 것이라는 고확신·고레버리지 베팅이다. 리스크 역시 치명적이다. 만약 비트코인 가격 체계가 무너지면 스트래티지의 주주 가치 역시 순식간에 증발한다. 개인 투자자들이 이들의 전략을 벤치마킹하기 전 반드시 손익비의 무게를 인지해야 하는 이유다.

Market Cap

반면 스페이스X의 포지션은 전형적인 ‘인플레이션 헷지’다. 그레이스케일의 분류법에 따르면, 기업의 비트코인 보유 전략은 스트래티지처럼 순수 디지털 자산 재무제표를 지향하는 ‘Pure-Play’ 진영과 테슬라, 코인베이스, 블록(Block)처럼 본업의 막강한 영업 이익을 깔고 가되 자산 방어용으로 분산 보유하는 ‘다각화 비즈니스’ 진영으로 나뉜다. 스페이스X는 철저히 후자에 속한다.

스페이스X의 비트코인 예비비는 크립토 마켓 자체에 회사의 명운을 걸지 않으면서도, 법정화폐 가치 하락에 따른 구매력 저하를 방어하는 완충재 역할을 한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분석가들은 스페이스X가 수차례의 잔혹한 크립토 윈터 속에서도 물량을 던지지 않고 전량 보유해 왔다는 점은 장기 확신의 증거이지만, 마이클 세일러가 보여준 ‘존재론적 올인’과는 결이 다른 철저한 리스크 관리 기법이라고 진단했다.

결과적으로 이 두 가지 서로 다른 접근법 모두 상장 기업들 사이에서 빠르게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현재 글로벌 정가와 증시에서 어떤 형태로든 비트코인을 재무제표에 편입한 상장사는 최소 100개 법인을 넘어섰다. 이들 기업이 보유한 총 비트코인 물량은 약 124만 BTC에 달하며, 이는 비트코인 전체 유통 공급량의 5%를 초과하는 수치다. 이제 제도권 기업들의 크립토 채택은 더 이상 변방의 기괴한 실험이 아닌, 주류 금융의 표준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자리 잡았음을 방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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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hyun Lee
Jihyun Lee
암호화폐 에디터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 교육에 주력하는 저술가로서 탄탄한 커리어 배경을 가진 본 에디터는, 현재 99비트코인 소속의 정규 직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지현 에디터는 복잡한 기술적 개념을 일반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내는 데 전문성을 발휘하며, 암호화폐 입문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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