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상자산 시장의 종합 규제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클래리티 법안이 예상치 못한 변수에 지연되고 있다. 상원 최종 심의를 앞두고 정치권 갈등이 격화되면서 연내 통과 가능성이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초당적 상원의원들이 막판 타협을 위해 수정안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예측시장에서는 연내 법안 통과 가능성이 20%대로 떨어진 상태다. 그에 따라 순조롭게 입법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초기 기대와 달리, 상원 본회의를 앞둔 현재는 불확실성이 한층 커진 모습이다.

법적 기준 아닌 ‘정치적 윤리’ 논쟁으로 확산

이번 법안의 최대 변수는 공직자 윤리 조항이다. 당초 클래리티 법안은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규제 관할을 명확히 구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대선 정국과 맞물리면서 논의의 중심이 공직자의 이해충돌 문제로 이동한 것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을 포함한 연방 고위 공직자의 가상자산 사업 참여가 이해충돌을 초래할 수 있다며 강도 높은 윤리 규정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일가의 가상자산 사업을 직접 겨냥하며, 실효성 있는 제재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법안 처리에 협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교착 상태를 풀기 위한 절충안도 제시된 상태다. 공화당의 톰 틸리스 의원과 민주당의 루벤 갈레고 의원은 공직자의 토큰 발행 금지 조항에 대한 단속 및 집행 권한을 연방 법무부가 아닌 각 주 정부에 분산하는 수정안을 마련해 백악관에 전달했다. 연방 권한 집중에 대한 우려를 줄여 초당적 합의를 끌어내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입법 지연이 시장에 미치는 파장

입법 논의가 장기화되면서 가상자산 시장과 제도권 금융권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규제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온체인과 실물자산 토큰화(RWA) 혁신의 주도권이 퍼블릭 블록체인이 아닌 기존 금융 인프라로 이동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법적 명확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기관투자자의 대규모 자금 유입도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가상자산 업계 역시 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세부 규정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완전한 탈중앙화를 면제 기준으로 삼는 구조는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으며, 여기에 과도한 공시 의무까지 더해질 경우 중소 프로젝트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아울러 해외로 이탈한 프로젝트들을 미국 제도권 안으로 되돌리기에는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케이맨 제도 등 오프쇼어 기반 프로젝트가 미국으로 복귀할 만한 실질적 혜택이 없는 데다, 자금세탁방지(AML) 기준까지 모호해 ‘해외 원정 발행을 줄이고 미국 내 유치를 늘리겠다’는 당초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의회가 멈추자 가동되는 ‘플랜 B’

상원의 여름 휴회가 임박하면서 연내 입법이 사실상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 감독기관들은 법안 처리와 별개로 자체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SEC와 CFTC는 입법 공백에 대비해 ‘프로젝트 크립토’를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두 기관은 스테이킹과 수탁, 온체인 거래 등에 대한 공동 규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업계도 대응에 나섰다. 블록(Block)을 비롯한 주요 가상자산 기업들은 상원 지도부에 서한을 보내 개발자 보호와 개인의 셀프커스터디 권리 보장, 조속한 입법을 촉구한 상태다. 동시에 전통 은행권 또한 스테이블코인 관련 조항의 수정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입법이 연기된 사이 이해관계자 간의 치열한 물밑 싸움은 이어질 전망이다.

결국 입법이 완전히 이뤄지기 전까지는 당국의 행정적 가이드라인과 기관 간 공조 기준이 시장을 실질적으로 규율하는 임시 규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클래리티 법안의 연내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미국 가상자산 규제의 큰 방향은 이미 정해졌다고 평가한다. 이번 입법 과정에서 논의된 관할권 구분과 공시 체계는 향후 미국은 물론 글로벌 가상자산 제도화의 기준점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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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hyun Lee
Jihyun Lee
암호화폐 에디터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 교육에 주력하는 저술가로서 탄탄한 커리어 배경을 가진 본 에디터는, 현재 99비트코인 소속의 정규 직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지현 에디터는 복잡한 기술적 개념을 일반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내는 데 전문성을 발휘하며, 암호화폐 입문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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