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유효했던 비트코인 4년 주기에 균열 조짐이 생겼다. 비트코인 선물과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오랫동안 ‘4년 주기(반감기 사이클)’가 거의 정설처럼 받아들여져 왔다. 채굴 보상이 줄어들면 공급 충격이 발생하고, 가격 급등과 과열된 심리 이후 급락이 이어지며 다시 시간이 리셋된다는 구조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제도권 금융과 본격적으로 결합하면서, 이 공식이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이 논쟁은 미국 CNBC의 암호화폐 전문 프로그램 크립토 월드(Crypto World)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이 자리에는 비트와이즈(Bitwise)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매트 호건과 리저브 원(Reserve One)의 CIO 세바스찬 베아가 출연해 이른바 ‘새로운 4년 사이클’을 놓고 상반된 시각을 제시했다.

“공급 충격보다 더 큰 구조”…새로운 사이클의 핵심 논리

Market Cap

매트 호건의 주장은 비교적 단순하다. 오늘날 비트코인을 움직이는 힘은 과거 채굴 보상 감소에서 비롯된 공급 충격보다 훨씬 구조적으로 크다는 것이다. 현물 ETF 승인, 규제 환경의 정비, 스테이블코인 확산, 토큰화 자산의 성장 등은 비트코인을 점점 더 느리고 안정적인 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호건은 과거와 달리 시장을 지배하는 자금의 성격이 달라졌다고 강조한다. 단기 수익을 노리는 투기성 자금보다, 제도권 금융을 중심으로 한 장기 자금이 천천히 유입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 4년 주기의 중요성은 예전만 못하다”며 “비트코인은 더 이상 급등락을 반복하는 자산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우상향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시각은 최근 가격 흐름에서도 일정 부분 설명력을 가진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10월 약 12만5,000달러 부근에서 고점을 기록한 이후 약 30%가량 조정을 받았지만, 과거 사이클에서 흔히 보였던 급격한 붕괴 양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가격 조정 속에서도 시장 구조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Crypto Fear and Greed Chart

All time 1y 1m 1w 24h

변동성마저 낮아진 비트코인…전통 기술주보다 안정적

흥미로운 점은 변동성 지표다. 코인게코(CoinGecko)에 따르면 최근 1년 기준 비트코인의 변동성은 엔비디아(Nvidia)보다 낮은 수준으로 내려왔다. 이는 과거 ‘고위험 고수익 자산’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비트코인의 이미지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이 현상은 단순히 비트코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자산 시장이 유동성과 구조 변화 속에서 더 큰 변동성을 보이는 가운데 비트코인은 오히려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통 자산과 암호화폐 간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면서, 비트코인이 거시 자산(macro asset)의 성격을 강화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사이클은 사라지지 않았다”…인간 심리는 여전히 변수

반면 세바스찬 베아는 사이클 자체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주장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시장의 주체가 여전히 인간인 이상, 비이성적인 과잉 반응과 심리적 쏠림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베아는 이번 사이클의 성격이 과거와 다르다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수익률의 크기가 변화의 단서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과거 한 사이클에서 10배 이상의 상승이 나타났다면, 이번에는 2배 수준의 수익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 구조 변화의 신호라는 것이다. 이는 상승 여력이 사라졌다는 의미가 아니라, 시장이 성숙 단계로 이동하며 수익과 변동성이 동시에 낮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호건 역시 이와 관련해 기관 자금 유입의 속도를 언급했다. 대형 금융사들이 비트코인 ETF를 내부적으로 승인하는 데만 수개월이 걸렸고, 평균적인 기관 자산 배분 결정은 8번 이상의 분기 회의를 거쳐야 마무리된다는 설명이다. 즉, ‘느린 돈’은 이제 막 움직이기 시작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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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보다 유동성…현재 비트코인 가격을 움직이는 진짜 변수

패널들은 최근 비트코인 가격 정체가 정치 이슈나 규제 뉴스보다는 유동성 환경과 더 밀접하다는 점에도 의견을 같이했다. 온체인 분석 업체 글래스노드(Glassnode) 자료에 따르면 장기 보유자들의 매도 움직임은 여전히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베아는 “비트코인은 이제 거시 자산”이라며 “지금 중요한 것은 정치적 헤드라인이 아니라 유동성”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중앙은행 정책, 금리 환경, 글로벌 자본 흐름이 비트코인 가격 형성에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의미한다.

4년 주기의 종말이 아닌, 더 큰 흐름에 묻히는 과정

결국 논의의 결론은 ‘4년 주기의 완전한 종말’이라기보다는, 더 크고 느린 구조 속에서 그 영향력이 희석되고 있다는 쪽에 가깝다. 비트코인은 여전히 계단식 상승 구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과거처럼 엘리베이터식 급락을 동반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 경우 폭발적인 수익률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은 비트코인보다는 더 넓은 암호화폐 시장에서 기회를 찾게 될 가능성도 커진다. 비트코인은 점점 안정적인 자산으로 자리 잡고, 고위험·고수익 구간은 다른 영역으로 이동하는 구조 변화가 진행 중이라는 분석이다.

99비트코인 독자를 위한 시사점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는 비트코인을 단기 급등 자산이 아닌 중장기 거시 자산으로 바라보는 시각 전환이 필요해지고 있다. 과거와 같은 극단적 상승을 기대하기보다, 변동성이 낮아진 환경에서 포트폴리오 내 역할을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자금은 비트코인 외의 알트코인·신규 섹터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시장 내 자금 흐름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핵심 요약

  • 비트코인의 전통적인 4년 반감기 사이클이 약화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 ETF, 규제 정비, 기관 자금 유입이 시장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 비트코인 변동성은 최근 1년 기준 일부 대형 기술주보다 낮은 수준이다.

  • 사이클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지만, 수익률과 변동성은 모두 축소되는 흐름이다.

  • 현재 비트코인을 움직이는 핵심 변수는 정치보다 글로벌 유동성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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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hyun Lee
Jihyun Lee
암호화폐 에디터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 교육에 주력하는 저술가로서 탄탄한 커리어 배경을 가진 본 에디터는, 현재 99비트코인 소속의 정규 직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지현 에디터는 복잡한 기술적 개념을 일반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내는 데 전문성을 발휘하며, 암호화폐 입문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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