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Ripple)의 XRP가 10월 5일 현재 1.52달러 부근에서 거래되는 가운데, 최근 서울에서 열린 ‘XRP 서울(XRP Seoul)’ 행사를 계기로 한국 금융권의 리플 및 XRP 레저(XRP Ledger, XRPL) 채택 현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행사에서는 국내 금융기관 관계자들이 리플 생태계와 함께 모습을 드러내면서 XRP의 기관 채택 가능성이 다시 주목받았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구분이 필요하다.

금융기관이 리플과 협력하거나 XRP 레저 관련 행사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해당 기관의 XRP 매수 또는 XRP 기반 결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공개된 내용에서는 우리은행과 케이뱅크를 비롯한 국내 금융권 관계자들이 거론됐으며, 리플은 아시아 지역에서 XRP 레저 생태계를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도 강조했다.

이러한 움직임 자체는 한국 금융권에서 리플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XRP 투자자에게 보다 중요한 질문은 ‘리플 기술이 사용되는가’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XRP가 실제로 사용되는가’다.

예를 들어 전북은행과 리플 페이먼츠(Ripple Payments)의 협력은 리플의 결제 인프라가 국내 금융시장과 접점을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리플 페이먼츠를 이용한다는 사실만으로 XRP가 모든 거래의 중간 결제 자산으로 사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

리플 파트너십과 XRP 결제의 실제 상관관계

리플의 기관 채택을 분석하려면 우선 리플(Ripple), XRP 레저(XRPL), XRP 토큰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리플은 기업에 결제와 수탁 등 블록체인 기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XRP 레저는 결제와 자산 발행, 토큰화 등을 지원하는 퍼블릭 블록체인이며, XRP는 해당 네트워크의 네이티브 가상자산이다.

이 세 가지는 서로 연결돼 있지만 동일한 것은 아니다.

리플의 결제 인프라는 금융기관이 국가와 통화를 넘나들며 자금을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과정에서는 달러, 원화, 엔화 같은 법정화폐나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는 구조도 가능하다.

따라서 금융기관이 리플의 소프트웨어나 결제 인프라를 도입하더라도 반드시 XRP를 구매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반면 XRP가 브릿지 자산(Bridge Asset)으로 사용되는 구조에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해외로 송금할 때 원화를 XRP로 전환하고, 이를 XRP 레저를 통해 전송한 뒤 수취 국가에서 다시 현지 통화로 바꾸는 방식이다. 이 경우 XRP가 실제 결제 경로의 중간 자산으로 사용된다.

이러한 거래가 대규모로 반복된다면 XRP 유동성에 대한 실질적인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핵심은 실제 거래량(Actual Transaction Volume)이다. 금융기관과 리플이 파트너십을 체결했다는 사실만으로 XRP 수요 규모를 계산할 수는 없다.

리플 페이먼츠 역시 현지 법정화폐와 스테이블코인, XRP 등 다양한 자산을 활용할 수 있는 구조다. 따라서 특정 금융기관이 어떤 자산을 실제 결제에 사용하는지 확인해야 XRP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할 수 있다.

수탁(Custody) 역시 마찬가지다.

금융기관이 고객을 대신해 XRP를 보관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는 것은 기관 투자 접근성을 높인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미 존재하는 XRP를 보관하는 것과 새로운 XRP를 시장에서 매수하거나 결제에 사용하는 것은 서로 다른 활동이다.

리플의 RLUSD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성장 역시 리플의 전체 사업 확장에는 긍정적이지만, RLUSD 사용량 증가가 자동으로 XRP 매수 수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서울 행사 참여사들의 공개된 활동 분석

현재 한국 금융권과 리플 생태계의 접점은 크게 해외 결제, 수탁, 토큰화 영역에서 확대되는 모습이다.

케이뱅크와 관련해서는 해외 시장을 대상으로 한 리플 기반 송금 실증 및 관련 금융 인프라에 대한 관심이 거론돼 왔다. 다만 공개된 정보만으로 실제 결제 과정에서 XRP가 브릿지 자산으로 사용됐는지 또는 어느 정도의 거래 규모가 발생했는지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전북은행 역시 해외 결제 영역에서 리플 페이먼츠와 연결된 대표적인 국내 사례로 주목받는다.

하지만 여기서도 중요한 것은 리플의 결제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과 XRP를 결제 자산으로 활용하는 것을 구분하는 것이다. 현재 공개된 내용만으로는 모든 결제가 XRP를 거쳐 처리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우리은행은 다른 방향에서 XRP 생태계와 접점을 만들고 있다.

기관용 디지털자산 수탁업체 BDACS와의 관계를 통해 XRP를 포함한 디지털자산의 기관 수탁 인프라와 연결되고 있다. 이는 향후 금융기관과 전문 투자자가 XRP를 보다 제도화된 방식으로 보유할 수 있는 기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수탁 인프라 역시 XRP 결제와는 다르다. 금융기관이 고객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는 사실은 기관 접근성을 높이지만, 그 자체가 은행의 직접적인 XRP 매수나 송금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국내 금융권에서는 토큰화 자산 분야에서도 XRPL과의 접점이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XRP 레저가 단순 송금 네트워크를 넘어 기관용 토큰화 인프라로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결국 현재 확인되는 흐름은 한국 금융기관이 XRP를 대규모로 매수하고 있다는 것보다 리플의 금융 인프라와 XRPL을 시험하거나 활용할 수 있는 접점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것에 가깝다.

이는 XRP 생태계에는 긍정적인 기반이지만 토큰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수요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은행 주도의 XRP 실질 수요를 확인하려면 무엇을 봐야 하나?

XRP 서울 같은 행사는 금융권의 관심과 생태계 확대를 확인하는 데 유용하다. 그러나 XRP의 실질적인 기관 수요를 판단하려면 행사 참가자 명단보다 실제 데이터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강력한 증거는 금융기관이 XRP를 결제 또는 유동성 자산으로 명시한 공식 계약이다.

예를 들어 특정 은행이 해외 송금 과정에서 XRP를 브릿지 자산으로 사용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월간 또는 연간 결제 규모까지 공개한다면 실제 XRP 수요를 추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두 번째는 온체인 데이터다.

금융기관이나 결제 업체와 연결된 지갑에서 지속적으로 XRP가 이동하고, 이러한 거래가 실제 결제 흐름과 일치한다면 기관 사용에 대한 보다 직접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

세 번째는 유동성이다.

XRP를 브릿지 자산으로 사용하는 결제량이 증가한다면 특정 통화 페어에서 XRP 유동성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XRP 레저의 실제 기관 활동이다.

단순한 파트너십 발표보다 토큰화 자산 규모, 결제 건수, 활성 계정, 스테이블코인 결제량과 XRP를 활용한 유동성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지가 중요하다.

일본 SBI 레밋(SBI Remit)의 사례는 이러한 차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비교 기준이다. SBI 레밋은 실제 해외 송금 과정에서 XRP 활용 사례를 공개해 왔다. 이처럼 ‘XRP를 사용한다’는 구체적인 설명과 실제 결제 활동이 확인돼야 기관 채택을 XRP 수요와 직접 연결할 수 있다.

현재 한국 금융권에서는 아직 이 정도 수준의 공개적인 XRP 사용 데이터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

한국 금융권의 리플 채택, XRP 가격 촉매제가 되려면?

이번 XRP 서울 행사는 한국 금융권에서 리플과 XRP 레저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다.

특히 해외 결제와 기관 수탁, 토큰화 자산 등 서로 다른 금융 분야에서 리플 생태계와의 접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장기적인 네트워크 확장에 긍정적인 요소다.

그러나 투자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파트너십의 숫자가 아니라 XRP가 실제 금융 흐름에서 어떤 역할을 맡는가다.

금융기관이 리플의 소프트웨어만 사용하거나 XRP를 수탁하는 데 그친다면 XRP에 대한 직접적인 신규 수요는 제한적일 수 있다. RLUSD와 같은 스테이블코인이 결제의 중심에 놓이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반대로 국내 은행이 해외 송금이나 기관 결제 과정에서 XRP를 브릿지 자산으로 활용하고 실제 거래 규모까지 공개하기 시작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는 한국 금융권의 리플 채택이 단순한 기술 도입에서 측정 가능한 XRP 수요(Measurable XRP Demand)로 전환되고 있다는 보다 강력한 신호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새로운 금융기관의 이름이 행사에 등장하는지 여부만이 아니다. XRP를 직접 활용하는 결제 계약, 실제 거래 규모, 온체인 활동과 기관 유동성이 공개되는지가 더 중요하다.

현재로서는 한국 금융권과 리플 생태계의 접점이 넓어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이를 XRP 가격의 직접적인 수요 촉매제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한 단계 더 구체적인 데이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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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hyun Lee
Jihyun Lee
암호화폐 에디터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 교육에 주력하는 저술가로서 탄탄한 커리어 배경을 가진 본 에디터는, 현재 99비트코인 소속의 정규 직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지현 에디터는 복잡한 기술적 개념을 일반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내는 데 전문성을 발휘하며, 암호화폐 입문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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